" 희망과 절망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
- 몹시 부정적인데다가 심각한 피해망상. 모든 사람이 자신을 비웃거나 욕하거나 이용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 이는 바늘 끝처럼 예민한 성격과 합쳐져 의미없는 혼잣말, 불편해 보이는 표정, 사소한 한숨 하나하나까지 모두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 사람을 믿지 못한다. 그럼에도 믿고 싶어한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언젠가는 정말로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실낱같은 기대를 품고 있다. 다만 여러 번 상처받은 끝에 이 좋은 사람의 기준이 거의 도덕적, 인격적 성인군자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것이 문제. 몇 번이고 다른 사람을 믿어 보려고 노력하지만 의심이 많고 타인의 행동을 과대해석하는 성격 탓에 혼자서 기대했다가 혼자서 실망하고 혼자서 상처입는 일이 부지기수로 발생함. 그럴수록 뿌리 깊은 불신감은 깊어져만 가고, 그래도 계속해서 기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 마음 속에 응어리가 져도 풀어내지 않으며, 그렇다고 결코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그저 꾹꾹 눌러담고 쌓아올리기만을 반복한다. 18년 동안 단 한 번도 제대로 털어낸 적이 없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은 고스란히 곪아들어간 분노가 되어 시한폭탄처럼 남았고, 한계점을 향해 치닫는 중이다. 불만이 한가득 내재된 상태로, 세상도 주위 사람도 자기 자신까지도 전부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시로 떠올리곤 한다. 언제나 생각에 그칠 뿐이지만.
가정형편이 몹시 나쁜 집에서 삼남 이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공학자였던 아버지의 벌이가 그렇게까지 나쁜 것은 아니었으나 과하게 사람이 좋고 저보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지나치질 못하는 탓에 생계를 유지하기 벅찰 정도로 가세가 기울고, 일곱 살이었던 리제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친척집 (작은아버지 댁) 에 맡겨졌다. 늘 다른 사람을 돕느라 바빴던 부모님은 정작 자신의 자녀들은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마찬가지로 공학자였던 작은아버지 댁은 외동딸에 아이 하나를 더 키워도 충분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별 불만 없이 리제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는 리제와 동갑내기의 사촌이 함께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조금씩 금이 가게 된다. 리제는 언제나 1등인 반면 사촌의 성적은 반에서 5등 내외를 맴돌았음. 이로 인해 작은아버지와 작은어머니께 밉보여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컸고, 그럭저럭 친했던 사촌과의 관계도 틀어져 버렸다.
작은아버지 댁에서 보낸 기간동안 학교에서는 내내 괴롭힘을 당했다. 주동자는 사교적이고 목소리가 커서 아이들 사이에서 발언권이 강했던 그녀의 사촌이었다. 집단폭행 사건까지 여러 번 발생했으나 명목상의 보호자인 작은아버지 내외가 쉬쉬하고 넘어갔기 때문에 겉으로 불거진 일은 없었다.
13살 무렵 유명 대학의 응용물리학 교수였던 작은아버지의 친구가 우연히 집에 방문했다가 리제의 지능과 과학적 소질을 발견하였고, 자신이 재능을 키워 주겠다며 제자의 형식으로 데려가게 된다. 처음으로 사랑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기대했던 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리제는 교수가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은폐하고 연구성과를 제 이름으로 발표해 명예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대외적으로 나서는 것을 꺼리고 연구 이후의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 그녀를 처음부터 이용했던 것.
교수는 처음 리제를 자신의 제자로 삼을 때부터 '너를 위해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라고 말해왔으며, 리제 역시 이 말을 전적으로 신뢰했고 그만큼 그에게 의지해왔다. 때문에 교수가 자신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이후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사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역시 이 때 시작되었다. 연구 성과와 그로 얻은 명예가 탐났다기보다는 단순히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사실에 화가 난 것.
이후로는 아무 것도 눈치채지 못한 척하면서 교수와 함께하는 연구 이외의 개인연구를 몰래 준비했고, 이것을 이용해 독단적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 지금의 유명세를 얻었다. 이 직후 그에게서 떨어져나와 희망봉에 입학할 때까지 단 한 번도 다시 만난 적이 없으나, 그는 자신이 리제 슐츠의 지도교수라며 여전히 부와 명성을 누리고 있다. 남들에게 제 할 말을 똑바로 하지 못하는 유약한 리제가 그 주장을 사람들 앞에서 정면으로 반박하지 못할 거라는 판단하에 하는 행동이며 이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져, 그녀는 그저 속으로만 분노를 꾹꾹 눌러 삭일 뿐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
리제가 거쳐온 세 사람의 보호자는 공교롭게도 전부 응용과학자였다. 응용과학을 멸시하는 고정관념이 새겨진 것은 이 때문.
트라우마는 믿는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것(피해망상 기질이 극으로 흘러갈 여지가 있다). 약점은 그런데도 사람을 믿고 싶어하는 것.
순수과학의 연구까지에만 관심이 있고, 그 이후 기술로써의 응용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히려 천시하는 경향도 보임. 예를 들자면 핵물리학 자체의 이론에 대해서는 흥미를 가지고 연구하나 그를 이용해 원자력발전이나 핵무기 기술이 얼마나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든 거기까지는 관심도 없을뿐더러 신경쓰지도 않는다는 식.
도덕관념이 일반인 수준으로 평범하게 잡혀 있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로, 과학의 발전이 그로 인해 생기는 부산적인 문제들까지도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감은커녕 전혀 이해하지조차 못하고 있다. 과학 연구는 연구일 뿐 거기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가져다댈 수는 없다고 생각함. 따라서 자신이 관심을 가진 기술이 어떤 나쁜 방향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장인은 칼을 만들 뿐 칼을 받아간 사람이 그것으로 과일을 깎든 사람을 찌르든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진지하게 재지 않은 지능지수가 160을 상회하는 천재. 그러나 사고체계가 상당히 직관적인 편(일반적인 범주에 비해 사고단계를 두어 단계씩 건너뛴다)에 수학을 언어로 사용하는 물리학의 특성상 언어적으로 똑똑한 표현을 할 줄 아는 편은 아니다. 특히 물리학 관련 질문을 받으면 말로 대답하길 어려워하다가 노트 한가득 어마어마한 공식을 적어 보여주는 일이 비일비재.
불안할 때 물어뜯는다고 둘러댄 손톱은 사실 불만이 있을 때나 화가 날 때, 즉 피해망상이 심해질 때 뜯는 것.
지금의 성인 슐츠는 교수님을 따라온 직후 그의 성을 따 정식으로 바꾼 것으로, 그전 이름은 리제 아이사카(Liese Aisaka. 일본식으로는 아이사카 리세 相坂 悧晴).
초등학생 시절 친척집에서 기르던 대형견에게 물린 적이 있다. 왼팔에 희미한 흉터가 남아 있으며 중형견보다 큰 개를 극도로 공포스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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