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설탕인형, 만들어줄까? "
그녀는 꾹꾹 참아서 눌러 담는다. 슬픔도 분노도 짜증도. 그러다보니 그녀는 '절대로 보는 눈 있는데서는 화내지 않는 아이'가 되어있었다.그 말은 혼자 있을 때가 되어서야 감정을 분출한다. 히스테릭하게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할 때도 있지만, 가장 얌전한 방법으로는 주로 화풀이용 설탕인형을 만들어서 그것을 망가뜨린다. 나름 그것으로 대리만족하는 듯 하다.
이때 만드는 설탕인형은 그때 화가난 대상이나 원인 혹은 그 순간의 감정을 형상화한 것들이다. 화난 대상이 사람일땐 이 설탕인형은 저주인형역할이다. 물론, 정말 저주인형같은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가끔은 부수거나 난도질 하는 느낌을 살리려고 설탕반죽 안에 땅콩이나 생밤 같은 것을 넣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녀는 항상 꾹꾹 참는 버릇이 있어서 지쳐도, 기대고싶어도, 어리광 부리고싶어도 그저 얌전히 있는다. 그녀는 타인에게 마음을 기대는 것이 서툴다.
1. 그녀는 유치원을 다닐 적부터 어머니에게서 항상 듣던 말이 있다. "착한아이로 있어야한다" "화가 나면 참을 줄 알아야 한단다" "친구를 때리면 안된단다" "타인에게 피해주는 일은 하면 안돼" "타인을 도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한다"...등등.. 감정을 참으라는 식의 말을 자주 들었다. 그 말을 유학을 가서도 편지로 통해 항상 듣고 들었다. 어머니는 나름대로 슈란을 바르게 키우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그 말은 슈란이 자기 감정을 꾹꾹 억누르는 버릇을 만들어버렸다.
2. 가장 최근 일이다. 초고교급 재능을 가진 그녀는 동일 분야의 친구인 A에게서 질투를 샀다. 슈란만 없으면 자기가 일인자가 될거라 생각한 A는 그녀가 다시는 설탕공예는 물론 아예 밀가루조차 손대지 못하게 할 생각으로 그녀의 손을 망가뜨리려했다. 하지만 A의 계산 미스로 슈란이 아닌 은사께서 사고를 당했고 은사는 그렇게 평생 다시는 왼손을 쓰지못하게 되었다. 이 사건의 진실은 A와 은사, 슈란 세명 만이 알고있으며 주변 사람들에게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라고 포장해서 알려졌다. 은사는 슈란의 탓이 아니라며 토닥여주었지만... 슈란은 자기 탓이라 생각하며 도망치듯 중국으로 귀국했다. (A가 슈란에게 "너만 아니었어도"라고 말한것이 영향을 주기도 했다.)
딸기모양 귀걸이 한 쌍 (한짝은 형태가 일그러져있음)
유럽에서 기술을 배울 때 은사에게서 받은 선물. 귀를 뚫지도 않았고 뚫기엔 겁이 많은 그녀는 그저 부적처럼 소중히 작은 보석함에 보관하고 다녔다. 중국에 귀국 후 사촌동생이 멋대로 가져다가 착용하다가 돌려놓을때 슈란에게 들키는 바람에 한쪽을 떨어뜨려 실수로 밟아 망가져 버렸다. 그 후로 그녀는 귀걸이를 누구에게도 보여주지도 않고 항상 갖고 다니되 숨기게 되었다.